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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Exhibit Archive

Louise Bourgeois | Les Fleurs | 2010

Louise Bourgeois  | Les Fleurs


시간 : 2010.2.24  — 3.31

장소 : 국제갤러리


2010년 3월 10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루이즈 부르주아의 드로잉전 Les Fleurs을 보고 적은 글
내가 루이즈 부르주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신문 기사의 그녀의 드로잉을 통해서였다. 휘감고 도는, 불규칙적이고 역동적이었던 그녀의 드로잉에 끌려 3월 10일, 루이즈 부르주아의 드로잉 전시회에 찾아가게 되었다. 전시회에 가서 알게 된 엄청난 사실은 그녀가 100세의 노인이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 있는 드로잉들은 어느 젊은 작가들보다도 생명력이 넘치고 열정적이었으며, 솔직했다. 실제로, 1966년 루이즈 부르주아는 뉴욕의 피쉬바흐 갤러리에 루시 리파드가 기획한 그룹전 “기이한 추상”에 참여했다. 이때 부르주아의 작품은 에바 헤세, 브루스 노먼 등과 함께 젊은 세대 부문에 전시되었던 만큼, 그녀의 작품은 항상 강렬한 감정을 뿜어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더욱이 그녀의 작품에 끌렸던 이유는 그녀의 삶에서 기인했다. 어린 시절의 개인적인 상처를 극복해나가고, 성장하고, 치유하고, 마지막으로 대지와 같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포용할 수 있는 가슴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부르주아는 거짓 없이 자신의 체험과 삶을 작품에 진솔하게 녹여내었다. 부르주아는 “예술가가 된 것은 축복이었다”라면서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모든 기억이 내 작품 속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나 또한 좋고 나쁜 많은 유년의 기억을 지니고 있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남들보다 조금은 늦게 이 길을 택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말이 더욱 특별하게 와닿았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며 마주하게 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기에, 그녀의 오래도록 변함없는 예술 활동이 그 자체로 각별하게 다가온 것은 아닐까. I Am Still Growing.

 

2010년 5월 20일, 리움미술관

▼ 마망(Maman, 1999년 作 청동, 스테인레스 스틸, 대리석 927.18×91.5×1023.6cm)
“이 작품은 나의 어머니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어머니 에 대한 연대감 등 유년의 기억을 불러와 자기 알을 보호하려는 모성과 경외감, 두려움을 거대 한 크기로 표현하였고 상대적으로 가늘고 약한 다리는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표현하였다.”

2010년 6월 1일, 루이즈 부르주아의 부고를 접하고 적은 글
덧붙임. 루이즈 부르주아에 대한 리서치를 끝내고 한참이 흘렀다. 6월 첫날이 되어 구글 서핑을 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루이즈 부르주아의 별세. 그녀는 2010년 5월 31일(현지 시각) 미국의 뉴욕의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짧은 시간 동안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예술가였던 그녀. (따라서 이 글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살아있을 때 그녀의 작품을 조금 더 살펴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그녀의 한국에서의 마지막 전시회와 마지막 인터뷰 등을 접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개인으로서 어떻게 성장하고, 자신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고, 또한 예술가로서 예술의 본연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해준, 그리고 변함없는 열정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정말 감사한 분이다. 


김수자, 이불, 양혜규, 쉴라 드 브레드빌, 로레인 와일드, 그리고 루이즈 부르주아와 같은 여성 아티스트들의 작업과 그들의 태도는 나에게 살아있는 매니페스토 같은 것이다. 나는 관객들에게도 끊임없이 고민하도록 질문을 던지는 그들의 작업에서 우리 시대의 수많은 문제를 만났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문제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숨겨진 개념이나 가치를 표면 위로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 런던에서 구입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업이 담긴 책.